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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백과사전

이경규의 양심냉장고, 전설의 탄생 비화

by 사전제작자 2021. 2. 10.

대한민국 공익 예능의 탄생

남성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이경규가 간다'에서 주던 상품이자 동명의 코너 제목으로 일밤을 위기에서 건져낸 구원투수 코너며 몰래카메라의 공익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시 일밤은 위기상황이었다. 고작 3사 채널로만 비교하던 시청률에서 일요 프라임타임 때 시청률 2%밖에 안 나오는 등 애국가 시청률급의 폭망 기였고, 당시 시청률이 40%대였던 KBS2 초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슈퍼 선데이'의 꼭지 '금촌댁네 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일밤 제작진은 머리를 싸매고 회의를 했으나 3달 가까이 되도록 뾰족한 수가 나지 않았고, 여느 때처럼 별 소득없이 끝난 회의를 마치고 늦은 새벽 4시 집으로 돌아가던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는 그날따라 유난히 신호등이 눈에 들어왔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 같으면 서지 않던 새벽 4시 신호등 걸린 횡단보도를 지나다 깜빡거리는 녹색 신호가 보이자 본인 曰 평소 같았으면 그냥 뛰어 건넜겠지만 정말, 별 이유 없이 그냥 기다렸다 건넜다고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이를 떠올려보니,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고. 그리고 순간 이거다 라고 유레카를 외치고 법규 준수에 대한 포맷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 코너의 대성공으로 몰래카메라 종료 후 영화 복수혈전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일밤도 약빨이 떨어지면서 당시 2%라고 놀림받던 일밤 MC 이경규가 MBC 대표 MC로써 입지를 확실하게 굳히게 된다. 거기다, 이 방송 덕에 도로 위의 양심으로 거듭나면서 방송 외에 교양 강연들을 하면서 그동안 쌓여있던 이경규 원래의 비호감 이미지를 한 번에 싹 씻어내는데 성공, 이후 대단한 도전의 연타석 히트로 제2의 전성기 겸 대한민국 대표 MC 자리에 다시 서게 된다.


이때 제목이 왜 '냉장고'인가 하는 의견도 분분했는데 그때 이미 냉장고가 없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크고 아름다운 냉장고가 부담스러워 기증하거나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양심냉장고를 받은 사람들을 찾아가는 특집에서는 냉장고를 처리하는 여러 사례가 발견되었다.

한창 정보화 시대가 거론되던 분위기였음을 고려해보면 '양심컴퓨터' 같은 게 오히려 좋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이야 정보산업의 발달로 인해 컴퓨터가 거의 생필품화 되었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말하자면 486이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었고 펜티엄 1, 혹은 MMX급에 다이얼업 모뎀으로 PC통신을 하던 때였다. 참고로 양심냉장고가 종영된 직후인 1999년에 국민 PC가 출시됐다. 그 이후에 컴퓨터 보급률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

PD 이경규가 간다에서 밝히기로는 처음에 김영희 PD는 텔레비전 박스를 들고 왔는데, 큰 걸 줘야 그림이 산다는 지론으로 냉장고 박스로 바꾸게 했고, 우리의 양심을 보관해야 한다라는 의미도 갖다 끼워 넣어서 선정했다고 한다.

교통단속이 없고 신호에 무관심할만한 야심한 시간대를 골라 임의의 도로에 잠복하고 있다가 안전선 지키기/안전 속도 주행 등 운전면허 교육이나 실생활에서 자주 듣게 되는 기본적인 교통 안전 규칙을 지키는 차량에 대해서 상품으로 냉장고 한 대를 주는 기획이었다.

첫 방송 이전만 해도 PD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고, 첫 촬영 때 예상처럼 밤중에 인적이 뜸한 도로에 대부분의 차들이 적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러다 촬영 중 김영희 PD가 잠시 다른데 간 사이 이경규와 민용태 교수가 자기네들끼리 클로징 멘트를 치고 판을 접으려고까지 했다.

겨우 두 사람과 제작진을 진정시키고 조금 더 기다리던 이 때 새벽도 다 지나갈 새벽 4시 13분 때쯤 대우 티코 한 대가 남들은 다 지나가던 횡단보도 앞에 일단정지해 정지신호와 정지선을 지켰고, 이에 촬영진은 감격에 겨워서 그 차를 찾아갔다. 그리고 이 차에서 창문을 내린 사람은 장애인 부부였다. 이때 김영희 PD는 말을 제대로 못 하기에 순간적으로 음주운전자인 줄 알고 망했다고 생각했다고 무르팍 도사에서 얘기했을 정도. 이때 이경규는 장애인 부부에게 "왜 신호를 지키셨나요?"라고 대한민국 방송 프로그램 역사에 영원히 길이 남을 질문을 날렸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체장애인 남편이 남긴 말은 "내... 가... 늘... 지켜요.". MBC 공식 요약 아카이브 해당 방송분은 7차 교육과정의 초등학교 6학년 생활의 길잡이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

이 첫 방송 직후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면서 각종 언론에 대서특필되었고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공중도덕과 질서,법규에 대한 무관심을 깨치는 계기가 되었으며 다시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요구로 바로 다음 주 일밤 정규방송 시간에 방송 역사상 전무후무한 前주 1회 방송이 그대로 재방영되었다.

 

이후 양심냉장고는 큰 호응을 얻었고, 지금도 이 코너는 공익적인 예능의 전설로 기억되고 있다. 이 방송을 시작으로 시청자들이 '예능프로에서도 얼마든지 사회공익적 내용을 다룰 수 있다.', '재미와 감동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이후 이경규가 간다를 연출한 김영희 PD는 '느낌표', '아시아 아시아' 등의 공익 예능 붐을 일으키게 되었고 MBC는 몇 년간 김영희 PD표 공익 예능에 주력했으며 이 공익 예능의 흐름은 무한도전의 일부 에피소드로 이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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